경막하 혈종(Subdural Hematoma)은 뇌와 경막 사이의 공간에 혈액이 고이는 질환으로, 뇌 손상의 한 형태입니다. 주로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며, 고령자에게 특히 흔히 나타납니다. 만성형과 급성형으로 나뉘며, 각각 원인과 경과, 치료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경막하 혈종의 주요 발생 원인과 진단 과정,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까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예방 및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주요 원인: 외상, 고령화, 약물복용
경막하 혈종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외상(trauma)입니다. 뇌를 둘러싼 경막 아래에는 혈관들이 존재하는데, 외부 충격으로 인해 이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혈액이 고이게 됩니다. 흔히 교통사고, 낙상, 폭력에 의한 타격 등에서 발생하며, 충격이 심하지 않더라도 내부 출혈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뇌 위축으로 인해 경막하 공간이 넓어져 혈관이 더 쉽게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외상에도 혈종이 생기기 쉽습니다.
고령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또 다른 이유는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의 복용입니다. 와파린, 클로피도그렐 등 혈액을 묽게 만드는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출혈이 쉽게 일어나며, 출혈이 발생했을 때 멈추지 않고 진행되어 경막하 혈종의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내원하는 만성 경막하 혈종 환자의 상당수가 이러한 약물을 복용 중입니다.
만성 알코올 섭취도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속적인 음주는 혈소판 기능을 떨어뜨리고, 낙상의 위험 또한 증가시키며, 뇌 위축을 촉진하여 외상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더불어 간 기능 저하 역시 응고기능을 감소시켜 경막하 혈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외상과 무관한 자발성 경막하 출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뇌혈관 기형(예: 동정맥 기형, 동맥류), 종양, 감염성 질환 또는 혈액응고 장애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증상이 더 모호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정밀한 진단이 필수입니다.
진단 과정: 조기 발견을 위한 절차별 이해
경막하 혈종의 진단은 초기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급성 혈종은 외상 후 수시간 내에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만, 만성 경막하 혈종은 수일에서 수주 후에 증상이 점차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 의식 저하, 구토, 인지장애, 운동 기능 이상(특히 한쪽 마비), 보행 불안정 등입니다. 일부 고령자는 단순한 건망증이나 피로로 오인하여 병원 방문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환자의 병력 청취는 진단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외상 경험, 약물 복용 이력, 기저 질환 등을 확인함으로써 혈종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근력, 감각, 반사 신경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혈종이 특정 뇌 부위를 압박하면 국소적 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검사는 진단의 핵심입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두부 CT입니다. CT는 촬영 시간이 짧고, 응급 상황에서도 빠르게 뇌 출혈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급성 경막하 혈종은 고밀도의 반월형 그림자로 나타나며, 만성 혈종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밀도가 낮아져 저밀도 음영으로 보입니다.
MRI는 보다 정밀한 검사로, 혈종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특히 만성 또는 아급성 단계에서는 CT보다 혈종의 경계와 주변 조직 침범 여부를 더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 시간이 길고 비용이 높아 응급 상황에서는 1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액 검사 역시 진단을 보조합니다. 혈소판 수치, 프로트롬빈 시간(PT), INR 수치 등을 통해 환자의 출혈 경향 및 응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수술 여부 결정 시 참고가 됩니다. 특히 항응고제 복용자나 간 질환자는 반드시 응고 수치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후 및 치료: 시간과 대응이 생명 좌우
경막하 혈종의 치료와 예후는 진단 시기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크게 좌우됩니다. 특히 급성 경막하 혈종은 빠르게 진행되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률이 매우 높습니다(최대 60~70%). 따라서 외상 후 이상 증상이 있다면 즉각적인 병원 방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료 방식은 크게 수술적 치료와 보존적 치료로 나뉩니다. 수술은 혈종을 제거하여 뇌 압력을 낮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천공술(burr hole trephination)로,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혈액을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수술 후 배액관을 통해 추가적인 출혈을 방지하며, 일반적으로 회복이 빠른 편입니다.
혈종이 크고, 뇌압이 높거나, 의식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두개절제술(craniectomy)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뇌 부종이 심한 상황까지 대비해야 하므로 집중적인 중환자실 치료가 병행됩니다.
한편, 증상이 경미하고 혈종의 크기가 작을 경우 비수술적 경과 관찰이 선택되기도 합니다. 이때는 정기적인 CT 촬영과 신경학적 평가를 통해 혈종의 변화 여부를 추적합니다. 약물치료는 항경련제 투여를 포함하며, 간혹 혈종 흡수를 유도하는 약물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치료 후에도 재발 방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만성 경막하 혈종은 수술 후 수개월 내 재출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낙상 예방, 혈압 관리, 항응고제 복용 조절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활 습관 개선과 보호자 교육도 필수입니다. 요양원이나 가정에서는 환자의 행동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증상이 재발할 경우 즉시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예후는 환자의 나이, 혈종의 크기, 의식 상태, 동반 질환 등에 따라 달라지며,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가장 중요한 생존 요인으로 꼽힙니다.
결론
경막하 혈종은 외상, 고령화, 약물 복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초기에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CT와 MRI 등 영상 진단과 병력 확인, 신경학적 평가가 정확한 진단에 핵심 역할을 하며,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예후 개선의 열쇠입니다. 고위험군일수록 낙상 예방과 정기 검진을 통해 뇌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작은 충격도 무시하지 말고,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