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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발표 곰팡이 위험에 대한 이미지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상 처음으로 인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고위험 곰팡이 리스트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 리스트는 기존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중심 감염병 관리에서 벗어나, 점점 증가하고 있는 곰팡이 감염의 위험성과 항진균제 내성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WHO는 곰팡이 감염이 이미 전 세계 의료체계에 무거운 부담을 주고 있으며, 특히 면역저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WHO의 곰팡이 리스트에 오른 대표 유해 곰팡이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병, 건강에 미치는 실질적인 위협과 대응 전략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유해균: WHO가 선정한 최우선 감시 대상 곰팡이

    WHO는 곰팡이 감염에 대한 국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총 19종의 곰팡이를 ‘우선 감시 병원성 진균(Pathogenic Fungi Priority List)’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리스트는 3단계로 분류되어 있으며, ‘Critical Priority(최우선 위협)’, ‘High Priority(고위험군)’, ‘Medium Priority(중간 위협군)’으로 나뉩니다. 특히 최우선 감시 대상으로 분류된 곰팡이 4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 병원 내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진균으로, 90% 이상이 최소 한 가지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고, 일부 균주는 3종류 모두에 내성을 보입니다. 표면 생존력이 강하고, 손과 기구, 의료 장비를 통해 전파되며, 고령자나 중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입니다.

    2.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 공기 중 포자를 통해 폐로 침투하며, 건강한 사람에겐 큰 문제 없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는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를 유발하여 폐렴, 혈류 감염 등으로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트리아졸계 항진균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WHO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3.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neoformans): 주로 비둘기 배설물에서 발생하며, 공기 중 포자를 흡입하면 뇌수막염을 유발합니다. 특히 HIV/AIDS 감염자에게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이 곰팡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가장 흔한 진균성 감염의 원인으로, 입안의 아구창부터 질염, 피부 감염, 그리고 심각할 경우 혈류감염까지 다양하게 발병합니다. 면역이 억제된 상태에서는 빠르게 전신성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히스토플라스마(Histoplasma), 무코르류(Mucorales), 트리코피톤(Trichophyton) 등도 중요한 감시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지역적 특성, 기후 변화, 의료 인프라에 따라 감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WHO는 이 리스트를 기반으로 각국이 감염 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감염병: 곰팡이 감염으로 인한 치명적 질환들

    곰팡이에 의한 감염병은 단순한 피부질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특히 현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기 이식, 항암 치료, 면역억제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곰팡이 감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침습성 칸디다증(Invasive Candidiasis)은 중환자실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곰팡이가 혈류로 침투하면 패혈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켜 사망률이 40% 이상까지 치솟습니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일반적인 감염균보다도 진균 감염의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Invasive Aspergillosis)은 폐를 중심으로 감염이 발생하며, 면역 억제 상태인 환자에게서 혈관을 침범하는 ‘전이성 감염’으로 악화됩니다. 조기 진단이 어려워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50% 이상에 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인도, 이란 등에서는 코로나 후유증과 함께 발생한 블랙 펑거(뮤코르곰팡이증, Mucormycosis) 사례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 곰팡이 감염은 얼굴, 눈, 뇌로 퍼지며, 안구적출이나 얼굴 절제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습니다. 당뇨병과 스테로이드 치료가 감염 요인으로 작용하며, 치료는 대부분 외과적 절제와 고용량 항진균제 병행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크립토코쿠스증, 히스토플라스마증, 코시디오이데스증 등 다양한 감염병이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감염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WHO는 추정합니다.

    건강위협: 항진균제 내성과 글로벌 공중보건 위기

    곰팡이 감염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치료의 어려움입니다. 항생제와 달리 항진균제는 선택지가 적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 속도도 더딘 데 반해 내성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중보건 위기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항진균제는 크게 폴리에닐계, 아졸계, 에키노칸딘계 3종류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 중 일부는 신독성 등의 부작용이 있고, 다수 곰팡이 균종이 이미 약물 내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는 트리아졸계 약물 내성으로 치료 실패가 빈번하며, 칸디다 아우리스는 에키노칸딘 내성을 가지면서 다약제 내성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곰팡이 감염은 일반 감염과 달리 진단 속도정확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감염 후 수일 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의 진단 기술은 균 배양에만 수 일이 걸리는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WHO는 빠르고 정확한 진균 감염 진단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항진균제 남용, 의료 환경 오염, 기후 변화가 곰팡이의 생태를 확장시키고 있으며, 동물과 식물, 인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종의 진균 감염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WHO는 이에 따라 항진균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감염병 감시체계에 진균 감염을 포함시키는 국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WHO의 곰팡이 위험 리스트는 단순한 자료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인류가 직면할 감염병 리스크에 대한 경고이자 정책 가이드라인입니다. 면역저하자 증가, 항진균제 내성 확산, 진단 및 치료 기술의 한계는 곰팡이 감염을 방치할 수 없는 보건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결론

    각국은 병원 감염 통제, 신약 개발, 진단 시스템 개선, 감시 네트워크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일반 국민 역시 곰팡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예방 습관이 요구됩니다. 더 이상 곰팡이는 ‘습한 곳에서만 생기는 곰팡이’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대비해야 할 차세대 감염병의 주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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